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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졸았다. 이상하게 아이들을 위해 같이 보는 영화를 볼 때 죄다 졸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잘 잤다. 


쿵푸팬더, 미니언즈, 마이펫의 이중생활, 픽셀까지 영화에 대한 예의 그런거 없이 푹 잤다. 물론 중간에 눈을 떠서 줄거리 파악은 했다. 영화가 끝나고 아이들과 얘기할 수 있도록 말이다.


오늘 나를 잠들게 한 영화는 'Sing'


예매할 때, 스크린이 너무 작지 않도록 좌석수가 많은 곳으로 선별했다. 원음 OST를 즐길 수 있도록 더빙이 아닌 자막으로 예매했다. 아이들귀에 영어가 들리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였다.


1시간 이상의 신중하고 신중한 검색 끝에 예매를 완수했는데

이런 과한 노력을 하고도 잠을 자다니.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후반부에 흥겨운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어깨를 들썩거리면서도 잠잔 여파로 눈물이 나오도록 하품을 해댔다. 


재미 있었지만 신체적 싸인이라서 멈출 수가 없었다. 영화라 다행이었다. 배우들이 눈앞에 있었다면 미안했을 거다.


하품을 쩍쩍 하며 눈물을 흘리는 나와 달리 아이들은 흥겨워서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집에 가면 음악을 들려달라고 했다.

게다가

"재밌지?"

"어, 또 보고 싶어"라며  

 얘기를 주고 받는 어른 사람들을 보니 내가 혹시 중요한 장면을 놓친 건 아닌지 갑자기 아까웠다. 


황급히 영화관 로비로 다시 가서 'Sing'영화안내지를 챙겨들었다.

아뿔싸. 스칼렛 요한슨이 나왔구나. 아~~~ 미리 알았더라면 목소리에 귀기울였을텐데.

리즈 위더스푼이 돼지엄마로 나오는 줄 알았는데 스칼렛 요한슨도 나오는 걸 몰랐다.

영화안내지를 보고 들어갈 걸 그랬다.

잠 잘자고 아쉬운 첫 영화가 되었다.




영화를 볼까 말까 망설이는 분들을 위해 참고로 알려드린다.

동물들의 <K-Pop 스타>판이라 말할 수 있다.

이야기는 무너져 가는 극장의 주인 '버스터 문'(메튜 맥커너히)"이 극장을 되살리기 위해 오디션을 개최하면서 시작한다.

오디션 상금 1,000달러가 10만달러라고 잘못 홍보되면서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해 수많은 동물들이 몰려든다.


독특한 참가이력에 노력하는 모습, 재기에 성공하는 모습이 자기계발서에서 원하는 가슴뭉클함을 유발했다.


출연진이 동물이기에 웃길 수 있는 상황들이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했다.

아마도 아주 어린 꼬마들은 더 좋아했을 수도 있다.

자막영화라서 같이 본 나이대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고 성인이 의외로 많았다.


참가동물들의 외모와 다른 목소리들이 반전매력이다.

이 목소리들을 소화한 

출연진은

<인터스텔라>의 주인공 매튜 맥커너히

<금발이 너무해>로 알려진, 영화제작자로도 활동하는 리즈 위더스푼

<어벤저스>, 섹시한 여배우의 대명사 스칼렛 요한슨

<킹스맨>의 태런 에저튼

가수 토리 켈리 등이 나왔다.


배우들이 노래를 정말 잘해서 귀가 너무 즐거웠다. 

보는 동안 이거 전문가수가 부른걸까 아닐까 궁금해하면서 봤을 정도였다. 수준급이다. 짝짝짝~!!!

모든 배우들이 직접 불렀다고 하니 다시 보고 싶어졌다.

익숙한 팝송도 많아서 흥을 부추겼다.

(이 글을 쓰는 동안 ost를 듣고 있는데 자판을 적는 손가락에 흥이 나온다.)



자기 계발서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대사들이 툭툭 나와서 감동할 수도 있고 뻔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두려움때문에 좋아하는 걸 포기하면 안돼

내일은 더 높이 날아오를 거야.

네 모든 걸 다 발산해.

바닥이라는 건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거야.


등.


빅재미는 애니메이션에서 뭐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텍터클한 장면전환이 

값비싼 롤러코스터를 타고 다니는 것 같다. 오마이 갓, 영화관람료에 롯데월드 어드벤처 3D영상체험이 보너스로 포함되다니.


억지 상황이 있지만 드라마틱하게 만들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하면 영화몰입에 어렵지 않다. 

(나는 '저게 말이 돼?' 이러면서 봐서 몰입이 어렵긴 했다.)



스포없이 간단히 말하면
뻔한 성공스토리이지만 화려한 목소리연기꾼들과 주옥같은 노래, 오디션 참가자들의 실제 있을 법한 스토리로 살아난 영화이다.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영화였다.

두 아이 다 만족했다. 참고로 얼마전에 본 '라라랜드'도 좋아했는데 '씽' 영화도 재밌어 했다. 

(초등6 남아, 초등4 여아임.)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좋아할 거다.


아이들과 영화관을 가면 나 처럼 조는 사람은 출연진을 알고 보면 덜 졸지 않을까 싶다. '덜'이라는 표현을 쓴 건 그래도 졸릴 수 있어서다. 


자면 어때, 귀가 호강하잖아~


*영화를 보고 나서 아이들과 얘기한 부분을 공개하면,


"도마뱀 할머니가 실수 한게 잘 못이야."

"실수 안했으면 오디션에 많이 안왔지."

"실수가 없었으면 영화가 만들어지지도 않았어."


도마뱀할머니의 실수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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