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으로 태산을 쌓는 K에게

혹시 나에게 이런 모습은 없나요?

혼자 고민하다가 시간만 가버리는 경우요.

 

“학과(전공)가 맞지 않아서 고민 이예요. 편입할래요.”

‘가’는 이과 전문대학생이었는데 전공이 맞지 않아서 힘들다고 했습니다. 하고 싶은 분야는 산업디자인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떠올리는 직업은 없지만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면 뭔가 해결될 거라 믿고 있었습니다. 전공이 맞지 않아서 휴학 중 이고 집에서만 있다고 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어서 그런지 목소리에 힘도 없고 얼굴과 머리모양이 부스스했습니다.

 

‘가’가 편입을 생각한 건 1~2년 전부터 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만 할 뿐 행동하지 않았더군요.

편입에 필요한 학점, 영어점수 기타사항을 알아봤는지 묻자 알아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학점, 영어라는 단어에 ‘가’의 얼굴이 어두워졌습니다.

편입은 언제 할 계획이냐고 물으니 정해놓진 않았지만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 중이라고 했습니다. 편입학원을 방문하거나 편입에 성공한 사례들에 대한 정보도 알아보고 있지 않았습니다.

 

디자인은 실기시험을 볼 텐데 그 부분은 어떻게 준비할 계획인지 묻자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표정이었습니다. 

학점, 영어성적준비를 하지 않은 부분은 본인도 알고 있었지만 실기고사에 대해서는 막연한 부분이었나 봅니다. 실기고사를 보지 않는 학교가 있을 수 있으니 알아보라고 말해줬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겠는지 묻자 현실적으로 다시 생각하며 알아보겠다고 황급히 떠났습니다.

 

‘가’가 혼자 끙끙대지 않고 정보를 알아봤더라면 좋았을 텐데요. 편입에 필요한 요건을 알아보기만 했어도 시간을 아낄 수 있었을 겁니다.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다행히도 상담실을 찾아와서 자신의 객관적 상황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과 편입으로 인한 갈등 때문에 집밖으로 안 나가고 있다가 상담실을 찾은 것만도 잘 한 일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취업하고 싶지 않아요. 하고 싶은 거 할래요.”

‘다’는 특성화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취업을 해야 했습니다.

학교에서는 학생의 취업을 위해서 저에게 상담을 의뢰했지만 정작 '다'는 취업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상담을 통해 알게 된 건 음악과 관련된 일이었습니다. 가수가 되어 주목받고 싶진 않고 작곡을 잘할 자신은 없다고 했습니다. 

음악치료사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다른 사람을 음악으로 돕는 부분이 마음에 들어서였습니다.

http://www.work.go.kr

(직업정보, 심리검사 자료를 희망하시면 무료로 이용하세요.)

 

음악치료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알아보다가 석사학위가 필요하다는 걸 (현재 2015년 기준의 자료에는 정해진 학력은 없다고 나오지만 10년 전 자료에는 석사학위가 필요하다고 표시되어 있었음.)알았습니다. 대학원을 가야한다는 정보에 ‘다’의 표정이 밝지 않아서 가정형편 때문에 그런지 묻자 “공부를 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말했습니다.

 

알고 보니 성적이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석사가 부담되면 대학만 가는 건 어떻겠는지 물었습니다. 음악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사회복지사는 대학만 나와도 할 수 있다고 말이죠.

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공부를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면 어떻게 하고 싶어요.” 라는 말에 얼굴이 굳은 채로 가만히 있었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해야 할 행동’을 해야 합니다.

가 는 편입에 대해 알아봤어야 했습니다.

나 는 취업이 아닌 무얼 할 지 알아봤어야 합니다.

직업을 갖고 싶다면 그 일을 갖기 위해 필요한 공부를 해야 하는 겁니다.

 

고민을 계속하면 고민만 커집니다. 태산이 될 수 있습니다. 태.산.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지지 않으세요. 

고민만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 없습니다. 고민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다 알면서도 머리가 제일 바쁩니다. 

골똘히 생각하고 있으면 뭔가 하고 있는 것 같잖아요. 아니면 해결해야할 문제를 보기 싫어서 고민도 하지 않고 머리 한구석에 처박아 놓고 있잖아요. 

나중에 꺼내어 생각해야지 하면서요.

문제 해결을 위해, 진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무얼 하면 좋을까요?

종이에 생각을 정리하거나 정보를 검색하거나 주변지인들, 전문가들을 만나거나 등이 필요하지요. 

지금 손발에게 말해 보는 겁니다. “움직여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