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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둥둥

신호등 앞에서

생각굼터 2016. 11. 2. 14:46


초록신호등이 숫자5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신호등을 보며 뛰어가세요? 아니면 다음 신호등을 기다리시나요?

 

지하철이 선로에 들어오고 있을 때는 어떻게 하세요?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달리지요.

 

신호등은 위험해서 안전시간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뛰어가지 않지만 지하철이 들어오면 저도 반사적으로 뛰어갑니다.

 

수십 명의 사람들 속에서 지하철을 향해 뛰어 가며 문득 생각했습니다.

무엇이 우리를 뛰게 하는 걸까요?

 

 

외국에서의 일입니다.

예약해둔 렌트카가 무려 1시간이나 늦게 도착한 겁니다. 이른 아침부터 준비했는데 여행을 늦게 시작하게 되어 항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직원들은 뭘 그런 일 갖고 그러냐는 당당한 태도를 보이는 겁니다.

잘못하고서 당당할 수 있다니…….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들 사회에서는 늦게라도 도착한 렌트카에 대해 다행이라며 환영의 박수를 치는 것이 그들이 문화라고 하더라고요.

 

'빠름'의 미학이 아닌 '여유'를 선택한 그들이기에 가능한 태도였습니다.

 

여유를 선택한 문화 속에서 늦은 서비스는 불편할 뿐이지 화가 나는 상황은 아닌 거죠.

화를 내는 에너지는 나를 소모시키지 도움을 주진 않잖아요.

서비스 지연에 대한 당당함에 동의하지도 않고, 렌터카에 박수를 쳐주고 싶진 않지만 그 여유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 속에서 오늘은 '여유'문화가 부럽습니다.

여유가 생기면 좋은 것들이 있지요. 길가의 나무, 꽃들을 볼 수도 있고 하늘도 볼 수 있습니다. 생각을 할 수 있고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재밌는 생각, 아이디어들이 샘솟기도 하지요.

크고 작은 생각들이 행복감을 주고 일에 접목했을 때 성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신호등, 지하철, 버스 등의 이동수단 외에도 대다수의 일처리가 빠른 곳을 좋아합니다. 여유가 없습니다.

 

음식을 주문하면 빨리 나오는 곳.

 

음식을 배달해서 빨리 먹는 것.

 

서비스, 민원을 신청하면 빨리 처리되기 등

 

빠름에 대해선 기네스북 감이 아닐까 싶어요.

 

(이글을 읽으시면서

 

배달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을 줄이고자 제가 배달음식을 잘 안 시킨다고 하면 웃으실 거죠? )

 

 

 

외국인이 처음 배우는 한국말이 "빨리, 빨리"라 잖아요.

 

"빨리, 빨리"가 한국의 문화로 정착이 되었나 봅니다.

 

 

숨 막힐 정도로 빨리 달리는 요즘,

 

일시적이 아니라 평생 빠름으로 살아야 하는 거라면 앞으로는 느리게 살고 싶습니다.

 

빨라서 산업사회에서 성장가도를 달려왔고 고객 서비스가 좋기로 소문났겠지만 이것만이 최상일까요?

 

빨라서 얻는 것이 성장이라면 행복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느려서 얻는 성숙과 행복을 선택하겠습니다.

 

오늘부터는 초록신호등도 보내 버리고 지하철이 와도 걸어가야겠습니다. 제 후손은 느림의 미학으로 세팅되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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