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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둥둥

서촌에서 만난 장인정신

생각굼터 2016. 11. 25. 22:00

나에게 어떤 장인정신이 있는가?

카페 사장님과의 대화를 통해

진정한 장인정신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서촌 산자락 오르는 길에 위치한

카페를 찾아갔습니다.

예전에 서촌산책길에 나섰다가 음악소리에 이끌리듯 들어갔었습니다. 분위기가 너무 좋았지만 여건상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 나왔거든요.

 

서촌을 가야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생각난 곳은 그 카페였습니다.

음악에 취해서 그곳에 있는 책을 골라 읽고 싶었습니다.

 

위치도 제대로 기억 못 하고 카페이름도 몰랐습니다.

그래도 꼭 가고 싶었습니다. 못 찾으면 서촌 구경하기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골목 이곳저곳을 기웃거렸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을 헤맸을까요?

길치인 제가 겨우겨우 기억을 더듬어서

드디어~! 찾아냈습니다.

 


북하우스 베율.

반가운 마음으로 들어서자 친절한 목소리가 인사를 건넸습니다.

흥겨운 팝송이 흘러나왔습니다.

원래는 피아노곡을 틀지만 겨울이 되어

피아노가 너무 추운 느낌을 줘서

요즘은 가끔 팝송을 튼다고 했습니다.

 

읽고 싶은 책을 골라서 자리에 앉았지만

어쩌다 보니 사장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곳은 우리나라의 사랑방 같은,

유럽의 살롱 같은 곳이었습니다.

동네 분들도 자주 오고 먼 곳에 사는 분들도 단골처럼 찾는 쉼터였습니다.

인문학에 대한 책읽기, 토론, 세미나를 담아낼 곳이었습니다.

예쁜 얼굴보다 더 예쁜 마음으로 그곳을 일궈내는 사장님 이야기는 흥미진진했습니다.

 

카페를 찾는 분들을 생각하는 정성이 가득했거든요.

 

<의자와 탁자에 대해>

손닌에게 의자가 편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2주간 앉아보고 구입을 결정했답니다.

탁자가 얼마나 고급스러운지요.

그곳에서 공부하면 더 집중이 잘 될 것 같은 탁자였어요.

다음엔 그 탁자에서 작업하고 싶었습니다.

 

<책에 대해>

대학에서 인문학강의를 할 정도로 인문학을 좋아하고 잘 아셔서 관련 서적들이 많았습니다. 예술서적, 화가에 대한 서적들도 눈에 띄었고요.

책을 세로로 꽂아놓으면 공간이 절감될 텐데 손님들을 위해 표지가 보이도록 평면으로 진열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들도 있고 읽고 싶은 책들도 있었습니다.

사장님이 읽었던 책들이라서 책을 추천받기 원하면 책을 권해줍니다.

 

<제공되는 음료 에 대해>

까페라떼를 주문했습니다.

우유거품이 잘 일도록 비싼 기계를 구입한데다 가득 담아 주셔서

저는 우유 크림을 입술에 가득 묻힌 영화 속 여주인공이 되는 줄 알았어요.

 

사장님 본인이 카페에서 책을 읽으면 목이 너무 말라서

기본적으로 음료를 3잔이나 드신대요.

그래서 손님들을 위해서

굉장히 큰 머그컵에 가득 담아 주십니다.

 

저도 배부르더라고요. 점심을 든든히 먹고 온 게 후회 될 정도였어요.

게다가 거품이 넘치도록 담아주셔서 몇 모금을 먹었을 때에야 넘침이 가라앉았답니다.

 

<소이 캔들에 대해>

카페 한편에 놓인 소이 캔들.

콩양초를 직접 만드는데

향 배합을 위해 100가지나 시향을 했다고 합니다.

그 중에 5가지 종류를 최종적으로 선별해서 만들었습니다.

소이 캔들의 향을 잘 담아내기 위해서 캔들 담는 컵을 스팀소독 하신다는 말씀에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좋은 양초를 많은 분들이 자주 즐기도록 가격을 반값만 받는대요. 백화점에 입점 되는 유명 캔들은 8~9만원이랍니다.

 

사장님은 정성껏

10시간동안 10개 남짓 만든다는데.

저렴하게 15000~18000원으로 제공하고 계셨습니다.

 


이 소이 캔들은 무척 특별했습니다.

사장님이 직접 캔들을 포장하면서 하는 의식이 있더라고요.

어디에 가든지 그곳과 그분들을 행복하게 기분 좋게 해줘. 불내지 말고 라고 말한답니다.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 멘트. 이런 이야기를 듣고 손님들에게 판매되는 소이 캔들은 대량 판매되는 다른 양초들과는 얼마나 다를까요. 어린왕자의 장미꽃이 다른 수만 송이의 장미꽃과 다르게 특별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장인정신으로 일하고 있나 생각해봤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 건지 어떻게 일할지 자극이 되었습니다.

 

 

한 땀 한 땀.

이게 최선인가요?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이 말했던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돈을 벌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나눔이 목적이기에 가능한 카페가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마음이 아름다워서 장인정신으로 나오는구나…….

 

내년 봄에는 인문학 강좌를 연다고 하는데 멀지만 참석하고 싶습니다.

 

문을 연지 6개월이 되었는데 앞으로가 기대되는 북카페였습니다.


*협찬을 받고 쓴 게 아니라서 상세한 사진들이 없어요.  양해바랍니다. 사장님의 장인정신에 감동받아서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적어봤습니다. 대신 베율의 인스타그램에 방문하시면 위치와 사진들을 보실 수 있어요. 클릭~!

https://www.instagram.com/beyul_book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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